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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살기/오늘하루

잠시 머물다 간 똥개 ‘토끼’가 생각나는 밤

핸드폰 사진첩을 뒤적이다 흰색 똥개 사진이 눈에 밟혔다.

강아지라고 부르고 애매한, 몸집은 커버린 흰색 개의 이름은 '토끼'다. 

흔히 시골똥개라고 불리는, 어떤 품종인지 모르는 어느 흔한 개.

 

집에서 조금 먼곳에 있는 밭에서 키우고 있는 개인데,

아버지가 어느날 갑자기 데리고 왔다.

집에서 키우는 애완견처럼 매일 데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마당 어느한곳에 묶여서 키워지는 똥개들이 불쌍했던 나로서는

토끼를 처음 봤을때, 우리집에도 강아지가 생기는 것인가 

설레는 마음과 함께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차가 없어 밭까지 오기 힘들었던 나는 

토끼를 자주 볼 순 없었지만,

가끔 얼굴만 비추는 나를 얼마나 반겨주는지

가까이가서 예뻐해 주는것이 미안할정도였다.

진흙이 묻은 발로 내 청바지에 발을 대어 더럽히기도 하고

여기저기 혀로 핥아대는 바람에 축축한 느낌이 찝찝하긴 했지만,

그냥 반짝반짝이는 눈을 하고 있는 네가 참 좋았다. 

 

잠시 몇개월동안 우리 밭 마당에서 살던 너는 

아버지 친구네로 다시 돌아가게 되었는데,

갑자기 우리집에 왔던 것처럼 

정말 또 갑자기 다시 돌아가 버렸네.

 

매번 작은 너의 공간에서만 있었던  토끼야.

다시 돌아가는 너의 집에서도 행복했으면 좋겠어.

가끔 아무생각 없어 보이는 너의 멍청한 표정이 

생각이 난다.